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헬싱키 투표 여행


헬싱키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 재외국민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12월 7일과 8일, 이틀 일정으로 짧은 가족 여행을 겸해서요. 두 시간 기차타고, 호텔에서 하루 숙박하고, 또 헬싱키 시내 돌아다니며 음식 사먹고 하느라 경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인도처럼 큰 나라에 살면서 2000km, 심지어 4000km까지 먼 거리를 여행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에 비하면 아주 우아한 여행이라고 해야겠지요. 덕분에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최고 시민 대표'를 뽑는 중요한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 헬싱키의 유명한 대성당과 상원 광장, 대통령궁, 그리고 의회 의사당 등을 함께 둘러보면서 핀란드 현대사와 민주주의의 현장도 견학했네요. 다가온 민주주의의 축제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기를 바라며 헬싱키 여행에서 찍어온 몇 장의 사진 올립니다. '즐감'하시길...


 헬싱키 역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헬싱키 중앙역 앞. 20세기 초반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
 

 역에서 10분쯤 걸어가니 Erottajankatu에 있는 한국 대사관 도착. 같은 건물에 아일랜드 대사관도 있군요. 태극기와 아일랜드 깃발을 배경으로 한 컷!

 대사관 건물 현관에서 핀란드 재외국민 투표소 안내문 발견! 우리 가족을 대표해 선재가 포즈를 취했습니다.

투표 무사히 마치고, 대사관 밖으로 나왔습니다. 트램이 지나가는 건너편 거리에 목과 어깨로 육중한 건축물을 떠받치고 있는 두 조각상이 인상적이네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헬싱키 여행을 시작해볼까요?
 
헬싱키에서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거리와 거리를 잇는 작은 전차, 트램(Tram)인 듯 하네요. 큰 대로만 운행하는 게 아니라 상원 광장 앞 좁은 골목까지 트램들이 차량과 공존하며 꼬불꼬불 헤엄치듯 잘도 헤치고 다닙니다.

 우리도 7유로짜리 하루 티켓을 끊어 트램에 승차. 창밖으로 헬싱키의 멋진 거리 풍경이 내다보입니다.
 

드디어 헬싱키 대성당, 국립도서관, 헬싱키 대학, 정부 청사 등이 도열해 있는 상원 광장에 도착. 높은 계단을 올라 대성당으로 갑니다.  

계단을 오르다 중간에서 한 컷 찍고...

다 올라서 다시 한 컷 찍습니다. 거기 선재 맞니? 

 대성당 중앙 기둥을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왼쪽 모서리에서도 올려다 보구요...
 
대성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막 내려진 듯한 모습의 성화가 아름답습니다. 둥근 돔 모양의 천장이 참 심플하고 경건합니다.


 왼쪽 2층 벽면에 큰 오르간 파이프가 놓여져있습니다. 곧 미사가 베풀어지면 아름다운 소리들이 파이프를 타고 흘러나올 듯 합니다.

 다시 대성당 바깥으로 나오니 하얀 눈 세상입니다. 멀리 아래쪽 광장을 배경으로 가족 사진 한 장 셀프로 찍습니다.
이번엔느 선재랑 아빠랑  함께...


그리고 선재랑 엄마도 함께... 


광장에는 큰 성탄 트리가 세워지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오는 저 어린이들 보이시나요? 잠시 뒤에 보니 눈쌓인 계단을 이용해 썰매 놀이를 하더라는...ㅎㅎ 

광장 한 가운데에 19세기 핀란드를 통치했던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알렉산더 2세는 러시아 황제이지만 이전 황제가 폐지했던 핀란드 전통 의회(Diet)를  복원하는 등 당시 핀란드 대공국(Duchy of Finland)의 자치권을 회복시켰던 인물입니다. 동상 아래쪽에 사자를 탄 여인상은 핀란드 민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습니다.

 산타복장을 한 상인들..
 
 북구다운 디자인을 하고 있는 작은 소품들..

그리고, 미니 버스를 개조한 간이 카페 천장 위의 주전자 상이 잘 어울리네요.   

광장을 돌아 나오는 골목에서 바라본 대성당 

골목이 끝나자마자 왼쪽에 대통령궁이 있습니다.  항구와 면해있는 시내 한 가운데 대통령궁이 있고, 그 앞으로는 차들과 트램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닙니다. 핀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에서 국가 권력과 시민 사이의 거리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 같습니다. 

대통령궁을 배경으로 선재는 눈던지기 놀이를 하며 신이 났습니다. 


 대통령궁 맞은 편의 헬싱키 항구. 스톡홀름, 탈린, 페쩨르부르크를 오가는 Silja Line과 Viking Line의 대형 크르주배가 두 척 정박해있네요. 우리 가족도 이번 연말에 Silja Line 보트를 이용해서 스톡홀름을 다녀오려고 합니다...ㅎㅎ

 대통령궁을 마주 보고 왼편으로 Esplanade 거리가 펼쳐집니다. 넓은 대로를 사이에 두고 가운데 여러 조각물들이 있는 공원이 있는데, 시야가 틔여서 시원스레 아름답습니다. 주요 상가와 대사관 건물들이 도열해 있는 중심지입니다. 

 Esplande 거리를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핀란드에서 가장 큰 대형 서점, Academy bookstore가 나옵니다. 핀란드 건축의 거장 Aalto가 설계했다고 하네요. 책을 좀 보러 들렀더니 마침 어느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더군요.

서점 옆에는 북유럽에서 제일 크다는 Stockmann 백화점이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금요일 저녁이라 백화점 주변은 인파가 가득하더군요. 헬싱키 가서 사람 구경 좀 했다는..ㅎㅎ



토요일 오전, 호텔을 나와 핀란드 의회로 갑니다. 토요일 11시부터 영어, 핀란드어, 스웨덴어로 진행하는 의회 투어가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의회 본회의장과 메인 홀 등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핀란드는 러시아의 대공국 지위에 있던 1906년에 세계 최초로 보편적인 참정권(여성 포함)을 도입한 나라입니다. 1907년 치러진 첫 의회 선거에서 200명의 의원들이 선출되었는데 이 중 19명이 여성이었습니다. 이런 역사를 가진 나라답게 핀란드인들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높습니다. 가이드를 하는 나이든 여성의 얼굴과 목소리에서도 이 점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사당 정면 벽면 한 가운데 다섯 명의 인물상이 조각돼 있습니다. 이들은 왼쪽부터 각각 '개척자', '지혜로운 사유', '미래', '신념', '수확(harvest)' 등 핀란드의 입법자들이 구현해야 할 가치와 임무를 상징한다네요. 특히, '미래'를 상징하는 여인상은 아이를 안은 채 돌아서있는데, 이는 과거를 응시하며 미래를 지향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 여인이 안고 있는 아이는 전체 조각상의 주인공으로 핀란드의 미래를 표상한다고 하네요.

의원 식당에 걸려있는 부조물 조각. 가운데 피흘리는 사자상은 내전으로 분열된 핀란드를 뜻하며, 왼쪽에 사자를 치료하고 있는 인물은 입법자인 의회 의원들을 뜻한답니다. 오른쪽의 건장한 인물은 다 치유된 새로운 핀란드를 상징한다고...


본회의실 바깥의 메인 홀. 의회 의원들이 참석하는 중요 연회나 행사가 열리고, 주요 정치인이나 의원들과의 언론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의사당 투어가 끝나고, 근처의 암석 교회(Kivi Kirkko)로 갑니다. 천연 암석을 그대로 살리면서 큰 동굴 광장처럼 건축된 독특한 모양의 교회입니다.


왼쪽 벽면에 배치된 오르간 피아노와 그 위로 빛을 끌어들이는 유리 건축이 참 아름답고 조화롭습니다.


교회 천장의 거대한 원형 동판. 우주의 무한한 율동과 질서를 상징하는 듯...


그리고, 소박한 단상의 십자가와 촛불...

다시 트램을 타고 시내로 나와 광장 근처의 국립도서관으로 갑니다. 주로 오래된 역사적 문헌들과 자료들을 보관하고 있는 곳이지요. 건축이나 실내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달리 말이 필요없을 듯...




이곳은 헬싱키 대학의 도서관. 이번 여름에 새로 리노베이션되어 개장했다네요. 마치 구겐하임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현대적 디자인의 건축인데요, 핀란드 현대 건축의 높은 수준을 느낄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공부해도 전혀 지루함을 모를 공간처럼 느껴지더군요. 헬싱키 대학 학생들이 조금 부러웠다는..ㅎㅎ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공간 구성, 건축의 선과 볼륨감, 가구들의 배치와 색깔, 실용적 필요에 대한 고려 등 이 도서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정말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을 듯...  

 전통적인 국립도서관의 계단과 이 현대적인 도서관의 계단 설계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묘미를 보여줍니다. 위의 국립도서관 사진과 한 번 비교해보시길...

헬싱키 대학에서 상원 광장쪽으로 가는 길 벽면에 부조된 조각상. 대성당과 상원광장 주변의 건축과 공간을 설계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 헬싱키 중앙역사 앞에 오니 눈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뒤의 Atenaum 국립 미술관을 배경으로 눈 언덕 위에서 사진 한 컷!


그리고 선재는 신나게 눈썰매를 탔습니다... 


바로 앞 광장에선 남녀노소 야간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더군요. 아주 작은 꼬맹이 아가씨도 보조기구를 밀면서 열심히...ㅎㅎ 

아, 여기는 땀뻬레 돌아가는 기차 안입니다. 짧았지만 헬싱키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미처 보지 못한 곳들도 많은데요, 다음을 또 기약하지요. 조용하고 소박한 땀뻬레가 벌써 그립더라구요. ㅎㅎ

"No niin!" 자, 그럼 모두들 투표 잘 하시고, 금세 또 뵙지요. 안녕~~



댓글 2개:

  1. 어제 투표 끝나고 말할수 없는 이 기분......
    아~~우리 주원이가 상처를 받은 듯....
    투표 방송 시청 동안 몇번이고 전화해서 박**이 이기고 있어 어떻해 ~~ 그래도 우리 기다려보자며 희망을 심어줬건만...
    어쨌건 우리 아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울고 싶음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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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하세요!! 핀란드 사진땜에 문의좀 하려고하는데요 연락한번만 부탁드립니다 ^^ 010 - 7531 - 7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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