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2일 목요일

‘단절’보다 ‘진화’하는 북유럽 신문산업

북유럽 신문산업의 현황과 특징을 주제로 [기자협회보 칼럼]을 썼습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순으로 각 나라별 주요 신문들의 발간 현황을 소개하고 전반적 특징을 짧게 언급했습니다. 지면 제약으로 구조적 특징이나 최근 변화 등에 대해 충분히 논하지는 못했는데, 연재를 마무리하는 글에서 다시 다룰까 합니다. 다음 번 칼럼에서는 북유럽 방송시스템의 현황과 특징을 다룰 계획입니다. 지면은 짧고, 언론 전문가도 아닌 터에 북유럽 미디어 시스템과 저널리즘을 소개하려니 조심스럽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찾느라 발품도 많이 드는군요. 혹 사실과 어긋난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십시오. 블로그에서나마 바로 잡겠습니다. 어디에서든 좋은 햇살과 바람 누리시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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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보다 ‘진화’하는 북유럽 신문산업 - 북유럽 언론모델을 찾아서<2>

[글로벌 리포트 | 북유럽] 서현수 핀란드 땀뻬레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연구원

지난 9월4일, 핀란드 대기업 노키아가 휴대전화 부문을 통째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하기로 한 결정을 발표했다.핀란드의 방송과 신문들은 이번 결정의 내용과 배경, 국내외 여론과 시장 반응, 내각과 주요 정당의 의견, 노키아 직원들의 고용 상황, 노키아의 150년 역사와 향후 전망 등 다양한 기사를 쏟아냈다.

나는 이 뉴스를 핀란드의 가장 대표적인 전국 일간지인 ‘헬싱키 사노마트’(Helsingin Sanomat)를 통해 접했다. ‘헬싱키 소식’이라는 뜻의 이 신문은 매일 40만 부 이상을 발간하며 독자 수 약 100만 명의 북유럽 최대 일간지다. 핀란드의 가장 큰 미디어 기업인 ‘Sanoma News’가 발간한다.

핀란드는 인구 540여만 명에 유료 신문 194개, 주 4회 이상 일간지 51개가 있다.(2010년 현재) 31개는 7일 내내 발간되며 이는 북유럽에서도 가장 많은 수다. 전국 신문으로 ‘Helsingin Sanomat’ 외에 오락 위주의 두 석간 ‘Ilta-Sanomat’(16만부)와 ‘Iltalehti’(12만부), 스웨덴어 신문인 ‘Hufvudstadsbladet’(5만부), 그리고 사회민주당과 연계된 ‘Uutispäivä Demari’, 중앙당의 ‘Suomenmaa’, 좌파연맹의 ‘Kansan Uutiset’가 있다. 지역 신문 중 5만 부 이상을 발간하는 주요 신문은 9개가 있다. 중부 내륙의 산업도시 땀뻬레의 ‘Aamulehti’(13만부)와 스웨덴 영향이 강한 남서 해안도시 뚜르꾸의 ‘Turun Sanomat’(11만부)가 대표적이다. 핀란드는 현재 ‘언론의 자유’ 지표에서 5년 연속 세계 1위이다.

다른 북유럽 나라들의 신문 산업 현황도 대동소이하다. 인구 940여만 명으로 북유럽에서 가장 큰 스웨덴은 유료 신문 161개, 주 4회 이상 일간지 78개가 있다. 스톡홀름의 ‘Dagens Nyheter’(33만부), 예테보리의 ‘Göteborgs-Posten’(24만부), 말뫼의 ‘Sydsvenskan’(12만부)이 3대 전국 일간지다. 발간 부수로는 오락물 중심의 석간 ‘Aftonblade’(37만부)가 가장 크다. 대부분은 지역 신문들로 헬싱보리의 ‘Helsingborgs Dagblad’, 팔룬의 ‘Dalarnas Tidningar’가 규모가 크다. ‘Dagens Nyheter’ 등을 소유한 ‘Bonnier Group’이 가장 큰 신문기업이다.

인구 1000명당 신문 발간 부수가 571부(2008년)로 세계 두 번째인 노르웨이는 인구 500만에 226개의 유료 신문이 발간되며, 주 4회 이상 일간지도 75개에 이른다.(2010년) 가장 큰 전국 신문은 ‘VG’(18만부)이고, 그 뒤를 ‘Dagbladet’와 경제지인 ‘Næringsliv’ 등이 잇고 있다. 이 밖에 사민당의 ‘Dagsavisen’, 기독당의 ‘Vård Land’, 급진좌파 성향의 ‘Klassekampen’ 등 정당 관련 신문들이 있다. 오슬로의 ‘Aftenposten’(22만부)은 지역 신문이지만 2010년부터 ‘VG’를 제치고 발행부수 1위로 올라섰다. ‘Aftenposten’을 소유한 ‘Schibsted’가 최대 기업이다.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덴마크는 신문 구독 부수가 그리 높지 않고, 신문의 수도 계속 감소해 현재는 32개의 유료 신문이 발행되고 있다. ‘Morgenavisen Jyllands-Posten’(13만부), ‘Politiken’(11만 부), ‘Berlingske Tidende’(10만 부)가 전국적인 3대 일간지다. 지역 신문들 중에는 ‘Jydske Vestkysten’이 규모가 큰 신문이다. 2001년부터 ‘MetroXpress’ 등 무가지가 널리 배포되고 있다.

북유럽 신문 시스템의 특징은 무엇보다 신문의 수가 매우 많고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소수의 전국 신문과 다수의 지역 신문들이 공존한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본래 북유럽의 신문들은 19세기 말부터 매우 강한 정당 연계성 속에서 발전했다. 당시 사민당 등 주요 정당들은 모든 도시들마다 별도의 신문을 만들어 배포했고, 이들은 서로 경쟁을 벌이면서 독자층을 넓혀나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사회구조가 변동하고 시민들의 정당 일체감이 크게 줄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신문들이 정당 연계성을 탈피한 상태이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신문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신문 통폐합 등을 통한 거대 미디어 기업의 등장과 독점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구독 형태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인쇄 신문의 구독률은 여전히 높고, 정당 연계 신문이나 소수언어 신문도 신문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나라별 편차가 있지만 최근 북유럽 신문 산업의 변화는 단절보다 진화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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