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6일 수요일

"멈춘 곳부터 다시!" - 2012 대선과 한반도 평화 통일 정책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이번 대선에서 전 사회적 토론이 필요한 핵심 정책을 꼽자면,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 실현 방안, 그리고 평화, 공존, 통일을 향한 담대한 대북/ 동아시아 정책일 것이다.

후자는 사실 외국에 나와 살아보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분야이다. 내가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번 '사우스'냐 '노스'냐를 묻고, 또 '노스 코리아'의 인권과 핵 문제, 빈곤과 홍수, 그리고 김정일과 김정은의 권력 승계 문제를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서울에 사는 동안 어느새 잊고 있거나 너무나 익숙한 현실이어서 예리하게 자각하지 못했던 사실들이 상기됐다.

우리가 20세기 한 복판에서 엄청난 규모의 전쟁(내전이면서 국제전이었던)을 치룬 나라라는 것, 아직도 전후 정전체제는 평화체제로 전환되지 않았다는 것, 냉전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분단과 무력 분쟁의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 한국전쟁 이후 성립된 극단적인 통제와 동원 체제 속에서 정치적 독재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은 사실 우리들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는 것,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전 국민적으로 합의된 평화 통일 정책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것. 반성이 없을 수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은 김대중과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평화 지향적 흐름이 우리 사회 내부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그 연장에서,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 건설 등을 계기로 한반도 분단 체제에 바람직한 균열이 왔다. 또, 정부 수립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한국 외교가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문제, 즉 우리 자신의 문제에 관한 한 일정한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공과가 있고, 그 중 일부는 민주정부로서 아주 뼈아픈 정치적 과오라 할 만한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평화, 공존을 지향한 대북 통일정책의 성취는 전반적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한편 다시 복원하고, 한편 더욱 진전된 비전과 정책을 실행해야 할 분야이다.

아래 링크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니 문재인의 대북/ 동아시아 정책에 대한 신뢰감과 기대감이 생긴다. 남북이 화해와 평화로 가는 첫 초석을 놓았던 인물들의 경륜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평화 통일 정책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그러고 보니 이 분야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문제의식과 정책 방안도 궁금해진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82725(대북 드림팀 꾸린 문재인 - "멈춘 곳부터 다시! ")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저녁이 있는 삶"

지난 주 수요일로 선재가 다니는 어린이 축구 클럽이 올 시즌 마무리를 했다. '9월 중순인데 벌써?' 하겠지만, 이미 이곳 날씨는 늦가을 느낌이 물씬하다. 집을 나서면 아침 공기가 찬 것이, 꼭 한국의 시월 말이나 십일월 초순 쯤은 되는 것 같다. 자작나무 숲에도 단풍이 들기 시작했고, 아직 많지는 않지만 낙엽도 제법 굴러다닌다. 다가오는 겨울의 예감으로 가끔 약간의 긴장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하늘이 더욱 높아지고 푸르러져 마음까지 환해질 때가 많다.

여하간, 4월부터 시작된 축구 클럽은 이제 마무리가 되고, 클럽 활동도 아이스하키나 스케이트, 실내 축구 등 겨울 스포츠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그 마지막날 행사로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모여 팀을 나눈 대항전을 치루고 조촐한 과자 파티를 벌였다. 여름을 지나면서 부쩍 자란 아이들은 어느덧 실력을 뽐내고, 엄마 아빠들로 구성된 부모팀은 표나지 않게 져주느라 애를 썼다. 아빠들은 살살 차는데 엄마들은 최선을 다하는 차이가 있기는 하더라만..ㅎㅎ 나도 즐겁게 참여해 선재와 함께 공을 다투었다. 결과는 아이들이 7대4로 역전승!

유쾌한 웃음, 그리고 아이들과 줄지어 하이파이브하며 경기를 마무리하고, 부모들이 십시일반 준비해온 과자와 음료를 함께 나누었다. 입가에 초코 가루를 묻혀가며 맛있게 과자를 먹는 아이들을 보노라니, 만국의 어린이들은 과자를 좋아한다는 진리가 확인된다. 선재도 그 틈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지치지 않고 열심히 과자를 먹는다.

대단할 것 하나 없는 소박한 순간인데, 또 생각해보면 참 예쁘고 고마운 광경이다. 그 동안 따뜻하게 선재와 우리 가족을 환대해준 코치들과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고맙고, 처음엔 말없이 무뚝뚝한 것만 같던 다른 부모들도 어느 결엔가 미소로 반겨주어서 고맙다. 무엇보다 별 다툼이나 불화없이 선재를 잘 받아들여준 다른 핀란드 아이들이 고맙고, 그 동안 잘 적응하며 뛰어놀아준 선재도 대견하다.

나아가, 복지국가 핀란드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축구 클럽에 참여하는 이 평범한 핀란드 시민들의 '저녁이 있는 삶'이 참 부럽게 느껴진다. 이곳 직장인들은 대개 오전 8시쯤 출근해 오후 4시면 집으로 돌아간다. 오후 5시 30분에 시작되는 축구 클럽에는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온다. 유치원이나 예비학교에도 많은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려오고 또 데려간다. 그것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나의 생활 양식(life-style)로 정착돼있는 느낌이다.

최근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우리 사회, 얼마전 민주당의 손학규 예비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그를 깊이 신뢰하거나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슬로건만큼은 탐이 난다. 또, 이 슬로건은 일찌기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한국의 각종 선거 결과와 부동산의 상관관계를 파헤친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를 펴낸 손낙구씨가 입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진보적 지향과 정책 역량을 겸비한 우리 사회의 드문 인물인데, 결국 여러 사정으로 진보정당에 머물지 못하고 지난 해 손학규씨의 정책 보좌관으로 채용돼 세간의 안타까움과 화제를 모았다. 이번 슬로건에서 그의 안목과 역량이 다시 한 번 느껴진다.

"저녁이 있는 삶!" 그것은 모든 것을 소모시켜버리는 획일적인 장시간 노동과 학습 체제에서 벗어나 "창조적으로 일하고 온 몸으로 배우는 삶", "남녀가 평등한 삶", "아이들이 행복한 삶", "가족과 공동체를 가꾸는 삶"으로 전환해야 함을 간결하고 쉬운 말로 웅변하는 듯하다. 이 멋진 문구가 함축하고 있는 것, 우리 시대의 많은 평범한 직장인과 생활인들의 열망이 꼭 실현됐으면 좋겠다. 이번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통해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씨도 얼마든지 이 좋은 슬로건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그 전에, 불필요한 초과 노동과 학습 체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리 자신부터 고개를 쳐들고 주위를 둘러볼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 중독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많은 것이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2012년 9월 9일 일요일

선재의 자전거 배우기

지난 주 일요일, 시청 광장(Keskustori)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선재의 자전거를 샀다. 낡고 손잡이 일부가 파손됐지만 가격이 싸고, 규격도 선재에게 딱 알맞은 자전거를 구했다. 여기 아이들은 선재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 다들 자전거를 배워 부모와 같이, 때론 혼자서 잘 타고 다닌다. 선재도 다른 아이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을 늘 부러워했는데 이제 그 소원풀이를 한 셈이다.

오늘 다시 돌아온 일요일을 맞아 선재를 데리고 동네 운동장과 공원으로 가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다. 몇 번 연습을 하니 금세 아빠의 손을 벗어나 페달을 밟고, 혼자 타는 거리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공원 길에서도 혼자 제법 먼 거리를 운전했다. 시선을 멀리 놓고, 발을 계속 밟으라고 격려하며 나는 "휘바! 휘바!"를 연발했다.

매일 조금씩 배우고 익히면 어느 결엔가 금방 숙달되겠지. 혼자 첫 페달을 힘껏 밟아 자전거를 밀고 나가는 법, 멈춰야 할 순간에 브레이크를 잡는 법, 사람과 동물과 물 웅덩이를 피하는 법, 교차로와 횡단보도를 건너는 법, 이제 곧 하나씩 다 배워가게 되겠지. 겨울이 오기 전에 완전히 익혀서 내년 봄에는 먼 숲이나 호숫가 산책을 함께 다니게 되겠지... 

무언가를 배우고 익혀 몸의 기술로 삼는 일이란 얼마나 기쁘고 좋은 것인지, 나도 새삼 느끼며 즐거웠다. 영화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장면들처럼,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한 선재는 어느덧 눈부신 속도로 성장해 나의 품을 벗어날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회귀하는 시간의 흐름을 상상하며, 미래의 어느 시점에 서서 지나간 오늘을 회상하는 내가 떠올랐다.









 
 




2012년 9월 1일 토요일

선재의 핀란드어 배우기

1.

선재가 예비학교(Pre-school)을 다닌 지 3주가 흘렀다. 선생님들은 친절하고, 학교는 안전하며, 아침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교정 풍경은 늘 자유롭고 행복해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 이 어린 아이가 어떻게 적응할까? 무엇보다, 말이 통하질 않는데,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그런 생각에 우리 부부는 늘 노심초사하며 선재를 학교에 보내고, 또 학교에서 데려오곤 한다. 선생님들도 칭찬을 많이 해주고, 애초 우리의 기대보다도 더 잘 적응하고 있어 고맙지만, 역시 문제가 없을 순 없다.

사례를 들자면, 처음 며칠이 지난 뒤 선재가 "엄마, 어제부터 어떤 얘들이 나보고 핀란드어 못한다고 놀려. 숫자도 kahdeksan(8)까지 밖에 못 센다고...", 하는 것이다. "무슨 소리야. 선재는 핀란드어로 숫자를 tuhat(1,000)까지 셀 줄 아는데!"하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게임을 하는 데 선재가 규칙을 잘 몰라 헤멨던 모양이다. 핀란드 아이들도 이해가 되고, 선재도 이해가 된다.

또, 지난 주엔 선재가 아이들과 오후에 축구를 하다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다투었다 한다. 다른 아이들 넷이 자기들끼리 편을 먹고 선재를 끼워주지 않아 많이 '앵그리(angry)'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그 광경을 보고 말려서 금방 상황은 종료됐지만, 선재는 분이 나 펑펑 울었다고... 아내도, 나도 마음이 참 애잔하다. 한편으로 선재를 위로해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선재를 설득한다. "선재야, 그래서 화가 났구나. 친구들이 왜 그랬을까? 잘 했어. 그래도 말로 이야기해야지. 주먹을 휘두르면 안돼. 그건 폭력이 되거든. 알았지?"

사실 선재는 성정이 차분하고 진지한 아이다. 한국에서라면 오히려 너무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고 걱정했을 법하다. 그런데, 이곳 핀란드는 아이들도 정말 조용하고 내면적인 느낌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어린이 문화 속에 스며들어있는 경쟁, 획일, 억압, 폭력의 성향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때로 끼리끼리 무리를 짓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처럼 어른들로부터 강요받은 억압을 해소하느라 내지르는 폭력과 왕따의 유희는 아니다.

하지만, 선재로서는 이 아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하루에도 여러 번 답답한 상황이 연출될 수 밖에 없을 터. 그러므로 선재가 하루 빨리 핀란드어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나는 생각해왔다. 그래서 가능하면 집에서도 선재에게 핀란드어 단어나 표현을 연습시키려고 애썼다. 그리고 지난 주 어느날, 선재 선생님이 예비학교에 다니는 이민자 어린이들을 담당하는 핀란드어 교육 전문가(specialist)와 함께 모임을 갖자고 일정을 잡을 때 '역시 핀란드!'라고 감탄하며 무척 기뻤더랬다.


2.

8월의 마지막 날, 그 모임 날이 됐다. 아내와 오후에 학교 앞에서 만나 몇 가지 의논을 한 뒤 시간에 맞춰 교실로 들어갔다. 핀란드어 교육 전문가, 그리고 선생님 두 분과 우리 부부는 책상을 마주 하고 앉았다. 주로 스페셜리스트가 대화를 주도했는데, 그 말씀이 내가 생각했던 예상을 벗어났고,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감탄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영어가 가능하십니까?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한국어 통역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선재와 같은 이민자 어린이들이 핀란드어를 익혀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저는 이 지역의 담당자로 약 30개 그룹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아주 바쁩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양식을 가져왔으니 동의가 되시면 사인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로그램은 모든 어린이들에게 개별적인 수준에서 계획(planning)되고 진행됩니다. 아이들마다 기질과 능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12월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1차 평가합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일반 초등학교에 곧바로 진학할 지, 핀란드어 공부를 집중적으로 익히는 그룹을 편성할 지 판단하게 됩니다. 10월경에 다시 교사들과 모임을 갖고 선재의 핀란드어 배우기를 중간 점검할 겁니다."

"어린이가 외국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모국어(native language)를 잘 하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모국어를 잘 구사하면 외국어를 더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집에서는 모국어를 잘 하는데 초점을 두십시오. 선재에게 핀란드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 부모님은 전혀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선재에게도 핀란드어 배우는 데 전혀 스트레스를 주지 마십시오."

"선재는 지금 핀란드어 배우기에서는 2주짜리 간난아기(baby)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전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 천천히 말하는 것을 익히게 됩니다. 선재도 그렇게 할 겁니다. 다행히 선재는 똑똑한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말을 배우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간난아기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3.

모임이 끝나고, 우리 부부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학교를 걸어나왔다.

"선재는 잘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빨리 핀란드어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집에서도 선재가 핀란드어를 익히도록 적극적인 태도와 환경을 준비해주면 좋겠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그런 정도의 대화를 기대했던 우리에게 이날 모임은 예상 밖이었고, 상당한 충격과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민자에 가까운 우리의 입장에서 느낄 수밖에 없던 조바심을 정면으로 깨뜨려버렸다.

'그렇지! 모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빨리 배울 수 있지! 선재는 지금 간난아기와 같구나. 천천히, 지금의 상황에 맞추어 나아가면 되겠구나.' 그런 깨달음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이 선생님들을 믿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대화에서 내가 들은 말들은 한 전문가의 개인적인 철학과 가치관에 기반한, 예외적 진술이 아니었다. 이것은 이민자 자녀들이 핀란드어를 배우는 것의 중요성과 그 효과적 방법을 고민해온 핀란드 교육의 오랜 연구 결과들이 집적된 성취이자, 교육 현장의 행위자들이 함께 공유해온 실천적 지혜라고 생각됐다. 그 바탕에는 이민자들의 모국어를 이민자 아이들의 소중한 문화적 원천으로 인정하는 개방적 자세가 깔려 있는 것도 같았다.

모국어를 제대로 익히기도 전에 무조건 영어부터 가르치려드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조기 교육 풍토도 떠올랐다. 아주 어려서부터 완벽한 영어 학습 환경을 구비해줘야 한다는 상업적 교설들과 이에 쉽게 끌려다니는 부모들. 탐욕은 무명(無明)에서 비롯되고, 무지(無知)로 인해 강화된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망치는 행위들이 지금도 널리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