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5일 토요일

2013년 가을, 선재의 자전거 여행


안녕하시지요?
 
2013년 시월, 핀란드에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9월 중순까지도 따뜻하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9월 하순부터는 갑자기 아침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지고 비도 자주 내립니다. 전형적인 핀란드 가을 날씨로 접어든 셈이지요.
 
막상 살아보니 핀란드는 겨울보다 가을이 가장 힘든 계절인 것 같더군요. 가을이 우기여서 일주일, 이주일씩 햇볕을 보기가 어려우니 기분이 종종 우울해지고 몸도 무거워지기 일쑤입니다. , 봄에 해가 급속히 길어지던 것과 반대로 해가 급속히 짧아진답니다. 몸에는 비타민 D가 부족해기 때문에 약국에 들러 비타민제를 구비해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나무들은 벌써 옷을 갈아입고 붉고 노란 낙엽들을 떨구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10월 말에 첫 눈이 내렸는데, 올해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핀란드에 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는 여름이 간다고 아쉬워하고 겨울이 온다고 두려워할 일만도 아니라는 것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선재랑 자전거 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자전거를 배운 선재는 올 봄에 숲속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큰 나무랑 부딪치는 사고를 겪기도 했지요. 얼굴에 커다란 상처가 나고, 팔 근육도 조금 다쳐서 한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도 여름 지나면서 아픈 기억을 털어내고 다시 자건거를 잘 타고 다닙니다.
 
가을 들어서는 아빠랑 같이 땀뻬레 북쪽의 내시 호수(Näsijärvi)와 남쪽의 쀠하 호수(Pyhäjärvi)로 자주 원정을 다니고 있지요. 왕복 2시간, 10km 남짓한 여행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잘 다녀주고 있습니다. 덕분에 땀뻬레의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과 호수가 그윽한 가을빛으로 깊어가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10월의 첫 번째 토요일이었던 어제, 선재랑 땀뻬레 시립도서관 멧소’(Metso)을 들렀다가 25번 버스를 타고 쀠니낀 또르니(Pyynikin Torni, 쀠니끼 전망대)에 내려 쀠하 호숫가를 한 바퀴 걷고 왔습니다. 가을 햇살이 눈부신 날의 숲과 호수를 걷는 일은 두 말이 필요없이 최고지만, 어제처럼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의 호수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다 둘 다 노곤함을 못 이기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한잠 자고 나니 아직 깊은 새벽인데, 잠이 달아난 저만 침실을 나와 책을 읽다가 지금 이 글을 씁니다. 올 가을에 선재랑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로 핀란드의 가을 소식을 전하고 싶어졌거든요.
 
시월에도 늘 건강하시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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