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7일 수요일

오바마 당선, 그리고 결혼 기념일


117일은 아내와의 8주년 결혼 기념일.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는 빅 뉴스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의 당선 연설은 마치 2008년 때처럼 힘있고 뛰어났다. 시민정치교육의 교재로 삼아도 손색이 없을 그의 탁월한 연설, 그러나 경제 침체와 재정 위기의 압박 속에 티파티의 영향력과 공화당의 극우화, 월스트리트의 워싱턴 지배 등 미국 민주주의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하기만 하다.
 
물론 최악의 정치가 도래하는 것을 막은 미국 시민들의 선택은 현명하고, 우리로서는 정말 다행스럽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세계의 많은 문제들을 위해서도 나 또한 오바마의 당선을 진심으로 바랐다. 물론 2008년만큼 그에게 큰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물어가는 세계 제국의 무능과 부조리, 그리고 내적 모순을 치유하려는 오바마의 도전이 얼마나 성공할 것인지 좀 더 지켜볼 작정이다. 그 정도의 이유는 아직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뉴스와 함께 오전에는 땀뻬레 고용사무소에 들러 아내의 구직 상담을 마쳤다. 두 시간 남짓, 함께 배석한 영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이주민 고용 담당자와 논의해 아내의 취업을 위한 통합 계획(intergrated plan)을 수립했다. 핀란드 복지국가 시스템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는데,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상담을 마치고 나와 아내와 학교 근처 오래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으로 결혼기념일을 자축했다.
 
그새 4년이 지나고, 다시 4년 임기를 앞둔 오바마를 보니 문득 재미난 생각이 든다. 나와 아내는 벌써 8년의 임기를 마치고, 부부로서 다시 새로운 임기를 맞이하는 셈? ㅎㅎ 우리도 제법 긴 세월을 살았구나. 하지만 오늘 오바마가 말한 것처럼 아직 최고는 오지 않았다.”(Best is yet to come!) 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좀 더 즐겁게, 오순도순 살아가련다. 8년 전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주셨던 분들, 언제나 우리 가족을 아껴주시는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린다
 
[BBC 오바마 당선 연설 전체 동영상 보기]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첫 눈 소식



시월에 첫 눈 내리더니,
일곱 살 선재 첫 이가 빠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호수에 살얼음이 끼고,
청둥오리들 얼음 위에 집단으로 선 채 명상에 잠겨있다.
 
노란 낙엽을 채 다 떨구지 못한 나무들,
그 위에도 눈은 하얗게 내려 쌓였다.
 
모자와 장갑과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눈을 밟으며 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하얀 김을 엄청나게 피워 올리는 200년 역사의 붉은 공장 굴뚝과
새로 단장해 문을 연 쌈뽀 도서관(Sampola Kirjasto)
어둔 가을 저녁 환하게 불 켜진 깔레바 수영장(Kalevan Uimahalli)
아내와 아이가 나를 기다리는 작은 학생 아파트.
 
서머타임이 끝나기도 전에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핀란드
 
문득
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 놓고
옛 친구와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정태춘 박은옥 노래라도 한 곡
나직하게
읊조리고 싶다.
 
어느덧 십일월이 시작되고,
 
선재의 헌 이가 빠진 붉은 잇몸에서
새 이가 하얗게 순을 내밀었다.
 
 
늦가을 땀뻬레 목조주택가의 저녁 풍경
 
그리고, 시월의 한 밤에 눈 내리다 

눈 내린 쌈뽀 시민대학과 고등학교


 쌈뽀 도서관의 눈부신 햇살

 
쌈뽀 교회앞 공원의 눈밭을 헤치고 사람들이 걸어간다.
 
 선재 학교 앞의 키 큰 소나무 사이로 해가 진다


깔레바 수영장 앞의 가을 나무
 
 
가을 저녁의 깔레바 수영장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호숫가 공원에도 어둠이 내렸다.
 
 
드디어 첫 이가 빠진 선재, 득의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