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첫 눈 내리더니,
일곱 살 선재 첫 이가 빠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호수에 살얼음이 끼고,
청둥오리들 얼음 위에 집단으로 선 채 명상에 잠겨있다.
노란 낙엽을 채 다 떨구지 못한 나무들,
그 위에도 눈은 하얗게 내려 쌓였다.
모자와 장갑과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이
눈을 밟으며 나무 아래를 지나간다.
하얀 김을 엄청나게 피워 올리는 200년 역사의 붉은 공장 굴뚝과
새로 단장해 문을 연 쌈뽀 도서관(Sampola Kirjasto)과
어둔 가을 저녁 환하게 불 켜진 깔레바 수영장(Kalevan Uimahalli)과
아내와 아이가 나를 기다리는 작은 학생 아파트.
서머타임이 끝나기도 전에
가을과 겨울이 교차하는 핀란드
문득
뜨끈한 순대국 한 그릇 놓고
옛 친구와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정태춘 박은옥 노래라도 한 곡
나직하게
읊조리고 싶다.
어느덧 십일월이 시작되고,
선재의 헌 이가 빠진 붉은 잇몸에서
새 이가 하얗게 순을 내밀었다.
늦가을 땀뻬레 목조주택가의 저녁 풍경
그리고, 시월의 한 밤에 눈 내리다
눈 내린 쌈뽀 시민대학과 고등학교
쌈뽀 도서관의 눈부신 햇살
쌈뽀 교회앞 공원의 눈밭을 헤치고 사람들이 걸어간다.
선재 학교 앞의 키 큰 소나무 사이로 해가 진다
깔레바 수영장 앞의 가을 나무
가을 저녁의 깔레바 수영장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호숫가 공원에도 어둠이 내렸다.
드디어 첫 이가 빠진 선재, 득의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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