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3일 수요일

예비학교와 축구 클럽: 선재의 새로운 시작

오늘 선재의 예비학교(pre-school)인 끼싼마 초등학교(Kissanmaan Koulu)에 다녀왔다. 예비학교란 핀란드와 스웨덴 교육 시스템의 한 특징으로, 유치원을 마친 6세(한국 나이 7세) 아이들이 1년간 미리 초등학교 생활을 경험하고 준비하도록 배려한 중간 과정의 교육제도를 말한다. 비용은 무료이며, 지방자치단체가 제도 운영을 책임진다. 의무교육이 아니라 부모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6세 어린이의 약 96%가 예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유치원 일부에 예비학교 반을 두기도 하고, 초등학교에 두기도 한다.

'혹시 예비학교라니 한국처럼 선행학습을 시키는 건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예비학교에서 교과목 수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예비학교 단계에서도 아이들은 유치원에서처럼 주로 친구들과 뛰어놀고 음악, 미술, 스포츠, 수공예, 그리고 극장.박물관.미술관 견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공동체 내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익힌다. 같은 예비학교의 아이들이 대부분 같은 초등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의 초기 적응과 지속적인 교우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늘 모임은 한국 같으면 학교 예비소집 정도 되는 듯 한데,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교실에 가득 모여있었다. 지난 초봄에 한 번 찾아가 면담을 했던 일마린 어린이집(Ilmarin Päiväkotti)의 온화한 교장 선생님과 네 명의 선생님들이 우리를 맞았다. 좋아라, 앞장서서 걸었던 선재는 막상 선생님들 앞에 서자 긴장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외면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래도 아빠, 엄마가 선생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선생님들이 자기 이름을 말한 뒤 손을 내밀며 선재 이름을 묻자 훌륭한 핀란드어 발음(!)으로 "Minun nimi on Sunjae.(제 이름은 선재입니다.)"라고 대답하더니, "Hauska Tutustua!(만나서 반갑습니다.)"까지 말해 선생님들의 즐거운 탄성을 자아냈다!^^

교실에 앉아 교장 선생님에게서 핀란드어로 학교 소개를 받고, 입학 등록 원서를 써서 제출했다. 20여 명의 아이들이 두 반으로 나뉘어 생활할 예정이고, 선재는 A반에 속했다. 친구들 중에는 요즘 선재가 다니는 축구 클럽의 한 아이가 눈에 띄어 그 부모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선생님 한 분이 친절하게 영어로 안내해주어 원서 작성을 수월하게 마치고, 다른 교실 한 군데를 둘러본 뒤 바깥으로 나왔다. 이제 아이들은 긴 방학 후에 8월 13일부터 1년 간의 예비학교 과정을 다니게 된다.


선재는 지난 1월부터 영어를 사용하는 국제 유치원을 다녔는데, 지난 5월 31일 한 학기 과정을 잘 수료했다. 계속 국제 유치원과 학교를 다닐 것인지, 핀란드 교육과정으로 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했는데, 우리는 장기적인 고려 속에 당장은 언어적 어려움이 크더라도 핀란드 교육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행히 선재가 지난 한 학기동안 영어 유치원을 다닌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한데, 우리 부부야말로 핀란드어를 빨리 익히도록 박차를 가해야 할 듯 하다.

짧은 예비소집이 끝나고, 우리는 학교를 나와 인근 공원의 축구장으로 향했다. 선재는 방학이 시작된 지난 주부터 유소년 축구 클럽(월, 수)과 달리기 프로그램(화, 목)에 참가하고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축구는 75유로, 방학에 5주간 진행되는 달리기는 35유로의 비용을 내는데, 같은 연령대의 다양한 핀란드 친구들과 만나는 데다 몸으로 실컷 뛰어놀 수 있으니 전혀 비용이 아깝지 않다. 지난 주에 축구화와 축구공, 축구 양말, 정강이 보호대 등을 산 데다 이번 주에는 멋진 축구 유니폼까지 받아서 선재는 자부심으로 가득찬 모습이다. 오늘은 땀페레 다른 지역의 클럽 팀이 원정을 와서 시합을 벌였는데, 공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우루루 공을 놓고 뛰어다니는 것이 얼마나 어여쁘고 재미있던지...ㅎㅎ

선재는 아직 경기를 보는 눈이나 공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한 편이지만, 그래도 신이 나서 열심히 뛰어나녔다. 시합이 끝나자 달려와서는 "아빠, 나 오늘 골은 못 넣었지만 대단했지?"라며 즐거워한다. 아직도 에너지가 남은 선재를 데리고 공원 잔디밭에서 둘이 한참을 더 축구를 한 뒤에야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었다.

그럼, 오늘 선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아래 동영상을 한 번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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