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0일 화요일

1월의 개강, 시작하는 마음

1.
어제, 1월 9일 드디어 개강을 했다. 공립 유치원에 신청서를 내고 대기 중인 선재도 일단 영어 유치원으로 첫 등원! 보름달이 아직 채 저물지 않은 이른 아침,  세 식구가 버스를 타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선재는 조금 수줍어 할 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금방 섞여들어가는 눈치.  영국 출신의 남자 선생님은 쾌활하고 다정했다. 먼저 와있던 아이들도 모두 온순해 보인다. 선재처럼 이날 처음 나왔다는 파키스탄 남자 아이와 함께 레고를 맞추며 노는 모습을 보고 돌아섰다.  저녁에 집에 왔더니 선재도 표정이 나쁘지 않다. 오늘 어땠느냐고 물었더니 '좋았다' 하는데, 대답이 짧긴 하다...


2.
오늘은 개강 둘째날. 어제처럼 선재를 데려다주고 아침 일찍 학교 도서관으로 왔다. 도서관 내부의 독서 공간은 너무 정적인 듯 하여 바깥의 카페테리아로 다시 나온다. 생수 한 병, 커피 한 잔을 사서 창 가의 넓은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는다. 창 너머로 동이 트는 하늘이 조금 보인다. 아침이라 사람이 적은 탓에 마치 어느 호텔의 조식 레스토랑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하긴 워낙 조용한 사람들이다. 적당한 침묵과 여백 속에서 낮게 수런거리는 현지어들이아침의 명상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어제의 피로가 녹는 듯... 조금 곤두서있던 신경줄도 잠시 누그러진다.  그렇게 도서관 카페테리아에 앉아 시를 한 편 썼다.


3.

어슴푸레 밝아오는 북구의 하늘,
눈 내린 거리는 창백한 표정으로 빛나고,
푸른 기운의 아침이 건물 사이의 공간을 채워간다.
호밀 빵과 진한 커피가 놓인 쟁반을 받쳐들고
호수의 정령 같은 핀란드 처녀 둘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
즐겁게 지저귄다.
나의 고향에선 하루가 저무는 시간,
그러나 해는 사라지지 않고 다시 솟아나
지금 이곳에서 새로운 삶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나 또한 지금,
주위의 생명들 속에서,
더불어 살려 애쓰는 한 '생명'이다.


4.
오늘은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핀란드어 수업을 처음 들을 예정이다. Tapio 교수(지도교수)와 한국의 친구들에게 답장을 하고, 그리고는 계속 독서...

요즘 핀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의 역사에 관한 책 몇 권을 빌려 읽고 있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현 북유럽의 정치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역사적 맥락과 배경에 대한 지식은 필수일 터. 그리고 늘 느껴왔듯이,

이론은 역사로부터 구체적인 상을 얻어야 한다.
이론에서 역사로,
역사에서 다시 이론으로,
여러 차례 왕복하면서 북유럽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나만의 통.찰.과 시.선.을 구성해보자.

No Rush!
쫓기지 말 것!
한 발 한 발, 그렇게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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