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일 금요일

근황 혹은 2016년 여름의 한 소식

지난 주 드디어 논문 전체 초고를 제출해 지도교수로부터 승인과 축하(!)를 받았다. 핀란드에 유학온 지 4년 반, 핀란드 학술원(Academy of Finland)의 재정 지원으로 이루어진 지도교수의 4년짜리 연구 프로젝트에 합류한 지 3년 10개월만의 결실이다. <핀란드 의회와 시민 참여>를 주제로 한 나의 논문은 ’의회와 시민 관계’ (Relationship between parliament and citizens) 및 북유럽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영어 문헌들은 물론, 핀란드어로 된 많은 의회 문서와 자료, 그리고 핀란드 의회 의원 및 스탭, 시민사회 인사 다수의 인터뷰 자료 등을 분석해 이루어졌다. (논문의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1월 초부터 시작해 서론부터 결론까지 쉬지 않고 글을 써내려 가면서 매 챕터마다 지도교수의 코멘트를 참고해 수정, 완성하는 지난한 작업의 연속이었다. 3월부터는 <Parliament and New Forms of Citizen Participation>이라는 제목으로 핀란드에서의 첫 정식 강의도 진행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라 핀란드 학생들은 물론 프랑스, 독일, 러시아, 캐나다 등 다양한 나라들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다수 참석했는데, 매주 강의 준비를 하면서 논문의 최종 초고를 계속 써내는 작업은 상당한 도전이었다. 지난 해까지 미리 주요 본문 챕터들의 초안을 작성해둔 터였지만 이론적 관점과 분석 틀부터 경험적 연구의 정합성과 함의까지 전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더 넓고 깊게 글을 가다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에선 4.13 총선이 있었고, 미국에선 트럼프와 힐러리가 대선 후보를 사실상 확정지었으며, 유럽에서도 프랑스 올랑드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Nuit Debout’ 운동, 그리고 최근 영국의 EU 탈퇴 여부에 관한 국민투표 등 크고 중대한 변화의 흐름들이 이어졌다.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계속 토론하며 숙고했지만, 블로그나 페북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논문 마무리하는 일에 집중했다.

가을 학기에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논문 심사 위원회가 구성되면 다시 수 개월간의 검토와 수정 작업이 진행된 뒤 최종 ’Public Defence’ 세미나는 아마도 2017년 초에 이루어질 전망이지만, 어쨌든 이번 논문 초고 제출로 큰 고비는 넘은 셈이고 당초 목표했던 유학 생활의 끝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 수 년간 고향을 떠나 먼 나라에서 고투하며 노력했는데 앞으로의 생활은 당분간 더욱 심한 ’불확실성’의 세계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요즘 한국을 포함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비슷한 것처럼 최근 핀란드에서도 박사학위 이후의 아카데미 경력을 이어가고, 특히 대학 등에서 안정된 직업적, 재정적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근의 아카데미 경향과 사회 변화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비판은 그것대로 날카롭게 벼리되, 지금부터는 나 또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향후 진로 구상에 들어가야 할 모양이다. 당장 이번 여름 방학부터 우선 순위를 정해 몇 가지 계획을 추진해볼 참이다. 앞으로 맞닦뜨릴 논문 심사 과정을 끝까지 잘 통과하는 것, 그리고 학위과정 이후의 직업적 활동 전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일, 나아가 한층 심화된 연구와 저술, 번역, 교육, 공적 참여 등의 포부를 새롭게 펼치기 - 세상 속으로 다시 걸어가기 위한 '지금, 여기' 내 삶의 이정표다.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 드린다.

* 추신. 2016년 여름 핀란드의 풍광 사진 몇 장 함께 올린다. 핀란드에 처음 도착할 때 갓 여섯 살이던 선재는 그 사이 초등학교 3학년 과정을 수료하고 긴 여름 방학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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